멋쟁이 권사님, 고 김영자권사님을 회상합니다.
권사님은 제가 이 교회에 올 때부터 자녀들을 위해 기도부탁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우리 가족이 다 교회나오도록 기도해주세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기도는 계속 되었습니다. 온가족 건강과 함께 교회나오게 해달라고,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경제적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또 교회를 위해서도 마음 아파하시며 기도하셨지요. 아프시기 전에 저에게 주신 기도문에는 묵묵히 봉사하기, 한 영혼이라도 전도하기, 주님 빈자리가 많습니다. 허전한 마음이라 성령의 불씨를 주사 빈자리가
채워지는교회가 되기 원하신다고 쓰셨어요. 사랑하는 우리 권사님, 아세요? 권사님은 안계시지만 그
교회의빈자리에 그동안 기도하셨던 아드님이 나와서 예배 드리셨다는 것을… 계속 나오시겠다고 해요.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권사님의 기도에 응답하셨어요. 성령의 불씨에 불이 붙었네요.
권사님이 섬기시던 앰블러장로교회에서 권사님을 떠나보내는 발인예배를 드릴 때였어요. 남편되신 고 김영남집사님이 9년전에 돌아가셨을 때에도 이 자리에서 제가 장례예배를 집례했었지요. 그 땐 저도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예배를 인도를 했었는데 그 때 마음은 이랬던것 같아요. 아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집사님을 보내드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제 권사님을 마지막으로 보고 천국에 보내드리면서 권사님은 살아계실 때 너무 고생하셨는거 너무나 잘 알기때문에 또 먼저가신 남편되신 김집사님도 오랫동안 고생하신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마음이 아팠어요. 어디 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가시지도 못하고 애들 돌보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고생하셨으니 권사님 마음은 찢어지듯 아프셨을텐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자녀분들도 미국에 와서 잘되어서 부모님 잘 모셨으면 했는데 이렇게 되었으니 그 속마음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제가 속도 모르고 권사님 운동하셔야 돼요. 다시 일어나셔야지요. 힘내세요 말로는 그렇게 위로했지만 연세가 계셔서 재활하기 힘들어 하셨다는 거 알아요. 조금만 젊으셨어도 다 이기시고 펄펄 나셨을텐데 나이는 속일수 없나봅니다.
작년에 권사님이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손자 다니엘이
할머니계신 병실에 들어가서 한 일을 들었어요. 다니엘이 의자에 앉더니 할머니를 위해 기도했다면서요. 고맙지요. 손주녀석이 아픈 할미를 위해 기도해주는 모습을 보시다니, 우리 교회가 얼마나 기도를 강조했는데 저도 참 고맙더라구요. 계속 기도해야겠구나, 다짐했고 저에게도 성도님들에게도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들에게도 큰 힘이 된 사건이었어요.
권사님 돌아가시기 바로 이틀전이었어요. 권사님의 손주가 있는 교회학교 여선생님이 둘째를 병원에서 출산했거든요. 정말 예쁜 아기가 태어났어요. 전도가 얼마나 힘든데 애들이 또 한명 늘어났네,이 가정에 우리 교회에 새생명을 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런데 바로 그 주 수요일 저녁 권사님이 돌아가셨어요. 그래도 주일에 성도님들에게 한사람은 태어난 것을 알리고, 또 한 사람은 돌아가셨다고 알려야 한다는 사실에 제 마음에는 기쁨과 슬픔이 소용돌이치는데 정말 어디다 마음을 둘지 몰랐습니다.
마음을다 잡고 기도했습니다. 태어난 새 생명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고 돌아가신 권사님도 하나님이 하신 일과 하실 일을 기대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권사님을 낫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적을 구했지만 언젠가부터는 낫게 해달라는 기도와 함께 권사님도 그리고 모든 가족들이 이 가정에 몰아친 이 힘든 고난을 잘 이기시고 믿음으로 승리하시도록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성도들에게도 폭풍이 몰아치는 순간에도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나타나도록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경에 오랫동안 맹인으로 고생하던 병자에게 사람들이
도대체누구 죄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거냐고 예수님께 질문할 때 주님은
아니라이 사람 부모죄도 아니고 이 사람 죄도 아니라 이 사람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 말씀을 붙잡고 이 가정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나타나도록,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도록 기도했어요. 권사님은 돌아가셨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응답과 역사가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지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우리가 당한 슬픔을 이기고 그렇게 기도할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세심하게 인도하셨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권사님이 이제 슬픔도 고통도 눈물도 없는 천국으로 돌아가실 때 하나님이 다 준비하셔서 두 아들을 곁에 두고 임종예배를 드리게 하셨습니다. 장례예배는 참 많은 분들이 오셔서 권사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 해 주셔서 유가족과 성도들이 큰 위로를 얻게 해주셨습니다. 장례예배 후에는 김재욱성도님이 교회에 나오셔서 빈 자리와 빈 마음을 채워주셨습니다.
그리고배집사님이 어머니기도모임에 나오셔서 큐티하고 기도에 동참하셨고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신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오 놀라우신 하나님! 권사님이 기도하셨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살아서 타오르고 있어요.
한번은 제가 집에 심방갔을 때였습니다. 양로원에 91세되신 우리교회 집사님이 계신데 그분 뵙고 와서 느낀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몸에 마비가 오신 후에 권사님이 말은 못하셔도 듣기는 잘 들으셨어요. “권사님 제가 양로원 갔다 왔는데 참 그렇더라구요. 가족들이 가끔 오긴해도 집이 아니잖아요. 양로원에서는 간호원들이 잘 돌봐주겠지만 제가 보기엔 참 외로우신 것 같고 저도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갈데가 있어서 할수없이 일어나 집사님 안녕히 계세요 저 가볼께요 하는데 그 집사님이 왜 벌써가 하고 제 팔을 잡으시는데 발이 안떨어지더라구요. 안쓰러운 마음으로 권사님 집에 왔어요.
아시지요, 양로원이 권사님집하고 5분거리에요. 다른 건 몰라도 권사님이 여기 집에 있는게 얼마나 좋은지 저도 느끼는데 권사님도 그러세요?
권사님은정말 복받으신거에요. 자식들, 손주들 보고싶을 때 보시고, 집이 최고잖아요. 그치요?
그 때 지긋이 저를 바라보시며 참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근데 권사님, 이게 그냥 되는게 아니잖아요, 권사님도 고생하시지만 집안식구들은 권사님 모시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아드님이 어머니 집에다 모시고, 배집사님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옆에서 수발들고 이거 보통일 아니잖아요. 누가 그렇게 해요. 그렇게 힘들어도 권사님을 집에다 모신 자식들이 얼마나 고마워요. 효자,효부에요.. 안그래요?
권사님은고맙다라고 자식들에게 많이 많이 말씀하셔야돼요. 말하기 힘드시더라도 한번 연습해보시겠어요. 고맙다! 한번 해보세요”
권사님은고개를 연신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고맙다. 고맙다. ” 말씀하셨지요. 와 우리 권사님! 말을 너무 잘하시네요, 놀랐어요. 입이 마음대로 안되서 그 ‘고’자가 말하기 참 어려운데 입을 오므리며 계속 연습하셨습니다. 권사님은 제 진심을 받아주셨어요 감사해요 권사님,
배집사님이 어머니가 안좋으셔서 앰블런스를 불렀다고 전화를 받았을 때 감사하게도 저희가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갈수 있었어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가서 보니 권사님은 이미 의식이 없으시고 호흡이 약해지고 계셨지요. 함께 권사님 좋아하시는 찬송 ‘예수 사랑하심은’을 찬양했습니다. 말은 못하시고 의식은 없으셔도 다 듣고 계셨어요. 권사님은 그 찬송이 얼마나 좋으셨는지 눈에서 눈물을 흘리셨잖아요. 옆에서 보시던 김재길집사님이 ‘엄마 눈물흘리네’ 하고 그 눈물을 닦아 주셨습니다. 권사님 복이지요. 사랑하는 아드님이 천국 가는 길을 옆에서 지켜보고 계시니까요. 눈물도 닦아 주시고 말이에요. 함께 권사님 좋아하시는 복음송 ‘내게 강같은 평화’를 불러드리고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임종예배를 잘 드렸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예배를 다 드리니까 권사님이 갑자기 가쁘게 숨쉬던 입을 단정하게 모으시고 이제 천국갈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이 얼굴이 평온해 지셨습니다. 의식은 없으셔도 다 듣고 있다는 듯 눈물을 흘리셨고 그 눈물을 닦아주던 자녀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셨어요. 꼭 주무시는 것 같이 평안하셨고 그 모습으로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나중에 입관예배 때 권사님 얼굴을 다시 뵈니까 정말 얼굴에 빛이 나듯 환하고 화사하셨어요. 얼마나 이쁘신지, 권사님이 천국갈 준비를 잘 하셨나봐요. 아니야 원래 권사님은 항상 멋쟁이셨어, 제 집사람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랑하는 권사님, 그렇지요? 맞지요? 그래요, 우린 항상 권사님을 멋쟁이 권사님으로 기억할꺼에요. 우리 노래 잘하시는 멋쟁이 권사님, 나중에 천국에서 뵈요. 거기서 마음껏 같이 노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