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5일 목회서신
“가난한 심령”
지난 주중에 태풍 ‘아이다’가 북동부지역을 강타했는데 필라델피아에도
많은 피해가 있었습니다. 앰블러 지역에도 토네이도와 강한 비바람과 함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면서 해질 무렵 전기가 나갔습니다. 핸드폰에는 홍수경보가 삐삐거리며 계속 오고 비가 멈출
것 같지는 않고 순간적으로 교회에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 교회로 가는데 벌써부터 여기저기 길을 막아 버리는 바람에 한참 만에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교회 옆길에 보면 윅사이콘 시냇물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졸졸 흐르던 개천 같은 시내입니다. 계곡 한참 밑에 흐르던 물이 마치 한강처럼 불어 났습니다.
그 시냇물이 범람해서 길까지 덮어버리는 것은 제가 앰블러에 산 이후로 처음 봤습니다. 큰 길은 차가 막혀서 갈 수가 없어서 뒷길로 돌아 갔는데 벌써 많은 집들의 마당이 물천지가 된 것을 보았고 사람들이 놀래서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교회에 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본당 교실 할 것 없이 여기저기 빗물이
새고 물먹은 천정 시드락이 떨어져 있고 친교실에는 물이 사방에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잠시 멈췄던 비가 또 다시 오는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졌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전기 콘센트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치우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정전으로 썸 펌프가 작동이 안되는 보일러실이었습니다. 전에
보일러를 새로 설치할 때 출입구보다 조금 높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그렇게 했지만 이번처럼 순간적으로 폭포처럼 오는 비는 빠져나가는 물보다 들어오는
물이 더 빠른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또 만약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에 있는 하수구에 물이 역류해서 물이
빠지지 않으면 친교실 보일러실이 다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순식간에 보일러 바로 밑까지 찬 물과 계속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보면서 정신없이 물을 퍼서 바깥으로 보내다가 문득 내가 이래가지고는 해결이 안된다. 비가 멈추든지 전기가 들어오든지 다른 방법이 없는데 내가 뭐하는거지 하고 일손을 멈추고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진작 발전기를
사서 달았으면 썸 펌프가 알아서 해결할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후회 막심이지만 지금 후회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면 아무리 물을 퍼도 소용이 없습니다. 또 하수구 물이 역류하면 끝입니다.
주님께서 비를 막아 주시든지 아니면 전기가 들어오게 해주세요.”
금요일기도회 때 이 상황을 가지고 심령이 가난한 자의 말씀을 전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먹을 것도 하나도 없고 이대로 가면 그냥 끝인 상태가 성경에서 말하는 가난인데 그런 상황에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영적상태가 가난한 심령입니다. 그 때 저는 깜깜하고 앞이 막막한 상태에서 두 손을 들었습니다. 간단한 말로 하나님 앞에 항복한 거지요. 그 가난한 심령의 상태를 실감하며 간절히 기도한 것
같았는데 더 감사한 것은 그렇게 기도하다가 이런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마치 저의 모습이 예수님이 제자들과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시려고 하는데 갑자기 몰아친 광풍으로 물결이 들이쳐서 배에 가득할 때 두려워 놀란 제자들이 배에서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우며
우리가 죽게 생겼다고 주님은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난리를 치는 그런 모습 같았습니다. 그 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바람을 꾸짖어 잠잠케 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였습니다.
그 말씀을 떠올리고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그래 지금
이 상황은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안에 계신 주님이 말씀을 기억하게 하셨으니 이 말씀 붙잡고
주님이 일하실 것을 믿자. 내가 할 일이 아니니 기도했고 이제 기도는 했으니 깜깜한 밤에 호들갑 떨지 말고
믿고 잠잠히 기다리자. 비가 더 이상 안 올꺼야 그리고 물 푸던 물동이를 놓고 일어나서 그냥 본당으로 올라갔습니다.
진짜로 온통 보일러실과 물에 가 있던 제 마음이 싹 사라지고 잊어버렸습니다. 마음이
평안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곧 비도 줄어
들었구요. 너무 신기하지요.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하나님이 제 심령을 가난하게 해 주셨다고 믿고 참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아직도 안타깝게도 어퍼 더블린 일부 지역에는 전기가 안 들어온 집이
많습니다. 어퍼 더블린고등학교과 그 지역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같이 피해를 당한 사진을 보았습니다. 피해를
당하신 모든 분들이 빨리 원상복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내일은 노동절이라 연휴인데 즐거운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
9월 들어서 아침에는 조금 쌀쌀해 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한 주간 동안 강건하시고
승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