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2 박두진
깃발을 내려서는 안되리.
창들이 찔러오고
조롱들 덮쳐오고
절망을 패배를 분노를 딛고 섰던
당신의 골고다의
뜨거운 깃폭
깃발을 내려서는 안되리.
이미 올려졌던 우리들의 깃폭
이미 내리워진 우리들의
깃폭을
바람이 불어와도 치올리고
짐승떼 몰려오도 치올리고
하늘땅 뒤바뀌어도 치올려
덧덮여 짓눌리는 오늘의 어둠
어둠의 그 중심에
기 다시 꽂아
깃발을 내려서는 안되리.
불을 지르면서 가야하리.
노래를 부르면서 불을 지르고
눈물을 견디면서 불을 지르고
벌판에 혼자일 땐 스스로에
군중 속에 혼자일 땐 그 속에
불을 질러,
어디나 덧쌓이는 우리들의 어둠
갇혀서 뒤착이는 열한 침묵에
불을 지르면서 가야하리.